• [부동산뉴스] "90% 이익환수 공공재건축? 그걸 왜 해요"…시작부터 무너진 등록일 2020.08.06

    "상한제 등 온갖 규제 적용돼 조합원에 돌아오는 당근없어"

    강남·목동 등 주요단지들 싸늘 신규택지 조성도 주민들 반발

    공급 13만가구 중 7만가구 '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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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도 사업성이 충분한데 굳이 임대주택을 넣어가며 용적률을 더 올릴 필요가 있을까요. 게다가 이익의 90%도 환수당할 텐데 그걸 누가 합니까” (목동 재건축 조합 관계자)
     
    정부가 수도권의 주택난를 해결하겠다며 야심 차게 내놓은 ‘8·4 공급대책’이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정부가 목표로 한 13만 2,000가구 가운데 53% 가량인 7만 가구가 민간의 자발적 참여가 없으면 불가능하지만 대부분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전혀 관심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이다. 신규 택지를 조성해 3만 3,000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도 지역 주민과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9억 원 이상 고가주택에 대한 감시망을 더욱 옥죄겠다며 시장에 대립각까지 세우는 모습이다.
     
    “임대만 떠넘기고 분담금 그대로…우리에게 실익 없다"
     
    지난 4일 정부는 수도권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13만 가구의 공급물량에 추가로 13만 가구를 더 공급하겠다는 내용의 ‘8·4 공급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에 따르면 13만 가구 중 5만 가구 이상은 서울 재건축 단지의 층수를 최고 50층까지 올려주는 것을 골자로 한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을 통해 공급하기로 했다. 제도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의 참여를 전제로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높여 50층 건립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단 증가한 용적률의 50~70%는 기부 채납해야 한다. 용적률 증가에 따른 기대수익률을 기준으로 볼 때 90% 이상이 환수될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의 계획은 현재 시장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서울경제가 주요 지역의 조합들을 대상으로 긴급 조사한 결과 15층 이상으로 이미 용적률이 상당히 높은 강북 일부만 그나마 ‘검토해볼 수 있다’는 반응을 나타낸 반면 강남·목동·여의도 등 주요 단지들은 ‘전혀 관심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한 조합 임원은 “조합원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없다. 공공재건축으로 50층까지 지어 나라에 바칠 거면 누가 하느냐”고 반문했다.
     
     
    일례로 3,930가구 규모의 대단지인 서울 송파구 잠실5단지의 정문복 조합장은 “지금 정비계획대로만 해도 이미 300~400%의 용적률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일반분양이 2,000가구 이상 나온다. 굳이 500%로 높여서 기부채납할 이유가 없다”며 “추가 인센티브 같은 것은 필요 없으니 재건축 일정에 속도만 내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조합원들이 (공공재건축에 대해) 극구 반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공 5단지는 지난 2005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됐고 2013년 조합이 설립됐지만 아직까지 사업시행 인가를 못 받고 있다. 잠실 미성크로바 조합 관계자는 “임대만 늘어나는 게 아니라 분담금도 줄어들지 않는다. 수익이 별로 나아지지 않는데 50층 올려서 나라에 다 바칠 거면 누가 하나”라고 반문했다.
     
    한강변 50층 아파트를 주장해온 강남구 압구정3구역도 반응이 싸늘하기는 마찬가지다. 안중근 압구정3구역 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은 “공공재건축은 거주자 쾌적성이나 사업장의 특성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일 뿐만 아니라 조합원들에게 돌아오는 당근도 없다. 인센티브 90%를 환수하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 분양가상한제까지 다 적용한다”며 “정부가 조합에 대한 배려 없이 자기들 위주로만 생각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4,424가구 규모의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이정돈 조합장은 “재건축을 통해 임대주택 수만 늘리려는 것 같다”며 “주민들도 별 이익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 역시 “공공재건축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목동 7단지 재건축 관계자 역시 “목동은 평균 용적률이 120%에 불과해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올릴 경우 250%가 가능하고 기부채납을 조금 더 하면 300%까지도 가능하다. 이렇게 하면 이미 가구 수가 두 배 정도는 충분히 늘어난다”며 “그런데 굳이 500%로 용적률을 올려 이익의 90%를 환수당하고 임대주택을 넣어가면서 공공재건축을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내년 서울시장 선거도 변수… 통합당 당선 시 완전 무산 가능성도
     
    정부의 공급 방향이 내년 4월 실시될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4일 공급대책이 발표되자마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드는 등 재건축 추진 방안과 관련해 정부 여당과 상반된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실제 김성보 서울시주택건축본부장은 “(이번 공공재건축 정책과 같이) 공공기관이 직접 재건축을 주도하면 재건축 사업의 여러 특성상 맞지 않다고 주장했는데 정부가 공공재건축을 결정했다”며 “앞으로 정부와 협의하겠으나 적극 찬성하긴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5일 민주당 부동산 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은 윤후덕 의원은 “서울시는 이번에 발표된 공공참여형 고밀도 재건축이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시범단지 발굴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의하기로 했다”고 반박했다. 윤 의원은 “(서울시 역시) 양질의 공공분양주택과 양질의 임대주택을 함께 공급하고자 하는 고밀 재건축이 시의 재건축 기본 방향과 일치한다”고 밝혔다고도 전했다. 서울시가 불과 하루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불안정한 동거’가 지속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당장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하면 재건축 정책 기조가 180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래통합당은 지난 총선부터 재건축 규제 완화로 양질의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런 상황에서 실무 업무를 담당하는 서울시까지 공공참여형 재건축의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만큼 정부가 약속한 5만~6만가구의 주택공급은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지역주민·지역구 의원 반대에…신규 택지 공급 계획도 사면초가
     
     
    서울과 과천에 정부가 보유 중인 신규 택지를 조성해 3만 3,000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도 사면초가다. 정부는 노원구 태릉골프장과 용산 미군기지 이전부지인 캠프킴, 서울지방조달청 이전 부지 등 알짜 부지들을 택지로 개발해 총 3만 3,000여 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노원구·마포구 등 공급 물량이 많은 지역의 주민들이 반대 집회를 예고하는 등 크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또 야당 의원들은 물론 지역구를 기반으로 하는 여당 의원들까지 반기를 들고 나서고 있다.
     
     
     
    실제 주요 현안마다 정부와 단일대오를 굳건하게 형성해왔던 민주당이지만 이미 당내 중진급 의원들을 중심으로 공개적으로 성토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실정이다. 과천·의왕을 지역구로 둔 이소영 의원은 “과천의 숨통인 청사 일대 공간을 주택공급으로 활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마포을이 지역구인 3선 정청래 의원도 “사전에 일절 상의 없이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한 이번 상암동 유휴부지 활용 주택공급 방안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노원을 지역구로 둔 당내 대표적 중진인 우원식 의원도 “태릉골프장 택지 개발로 가닥 지어진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며 고밀도 개발도 반대한다”고 공개 항의했다.
    서울 마포구는 5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가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포함된 상암동 신규택지 개발과 공공기관 유휴부지를 활용한 주택공급 계획에 반대한다”며 “해당 계획에서 마포구에 대한 주택 계획은 제외해달라”고 공식 요구했다. 서울 노원구민 일부도 9일 오후 2시께 노원구 롯데백화점 앞에서 태릉골프장 개발 반대 등 구호를 외치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편지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오승록 노원구청장 또한 문 대통령에게 “충분한 인프라 구축 없이 1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발표는 노원구민에게 청천벽력같은 일”이라면서 “노원구의 베드타운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담은 편지를 전달한 바 있다. 상황이 이러니만큼 선거가 다가올수록 여당 내부에서도 정부의 공급대책을 지지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공급 계획 무너지고 있는데…시장 거래에는 ‘엄포’ 놓는 정부
     
    이처럼 ‘8·4 공급대책’이 ‘허수’가 될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오히려 시장에 경고 수위를 높이는 중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부동산 시장 점검 회의에서 “9억원 이상 고가주택 매매자금의 출처 의심 거래를 상시 조사하고 결과를 주기적으로 공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서울 지역 아파트 중위가격은 이미 KB 통계 기준으로 9억원을 넘어선 상태다. 한마디로 서울 아파트 절반가량을 조사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전문가들은 정작 필요한 공급대책은 허술하게 내놓고 시장과 정면대결을 펼치는 식의 접근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정부가 부동산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며 “시장중심적으로 바라보면서 풀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13가구 공급을 달성하려면 공공재건축 계획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정부가 공공재건축에 대해 조합의 수익률을 보장하겠다는 쪽으로 마음을 바꾸지 않는 한 공공재건축이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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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경제 | 보도일자 2020-08-06